회고

개발자 회고, 프로젝트 회고 | 2024년 2월. 프로젝트 오픈과 철수

개발자R 2024. 2. 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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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23년 9월부터 24년 2월 말까지, 6개월간 달려온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내가 si 팀으로 전배를 한 후 했던 크고 작은 5개의 프로젝트 중 가장 재미있었고, 성취감이 높았던 프로젝트였다.

 

좋았던 점 (Keep)

1. 으쌰으쌰하는 분위기.

    우리 조직 특성상 다들 실력이 출중하고 야근을 마다 않고, 늘 스스로 발전하고 공부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다만 그럼에도 습관적 불평과 습관적 투덜거림은 늘 있었고, 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에 그다지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지 다들 왜 그렇게  분노에 차서 일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들 힘들단 소리는 해도 이게 싫다 저게 싫다는 얘기는 많이 안했던 것 같다. 쉽지 않은 블로커들이 많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얘기하는걸 듣느라 내 감정 소모를 별로 하지 않았다. (뇌가 자동 필터링 했나... 아님 나만 몰랐던건가.. 아님 나한테만 안 말한건가..;;)

 

2. 정말 좋은 고객을 만남.

    고객이 좋다니 말이 되는가! 근데 정말 고객이 좋았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진정 동료로 인식해주었고, 솔직하게 모든걸 오픈하는 소통방식이 좋았다. 간단히 말해 쓸데없는 정치질 같은게 전혀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탓을 하느라고 이런저런 음해가 생기거나 본인 일임에도 남일처럼 무관심하거나 말도안되는 요구를 한다거나 등등의 일이 일절 없었다. 브*님과 헤**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착각인지 모르겠는데 두 분이 날 예뻐해주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ㅎㅎㅎㅎ 왜냐면 나는 예쓰걸이기 때문이다. 책임감 넘치는 고객분들 덕분에 정말 많은걸 지원받을 수 있었고, 그 노력을 아는 우리 개발자들은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긍정적 상호작용은 바로 이런 것일까?

 

 

3. 칭찬받는 프로젝트

    이건 우리가 100% 잘해서 칭찬을 받았다기 보단, 성과가 너무나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였고, 안타깝지만 옆 프로젝트가 이런저런 상황으로 매우 고군분투하던 때여서 비교우위에 있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늘 칭찬을 받는 위치에 있었고 나에겐 크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심지어 10멤먼스, 다시말해 한 개발자가 10개월동안 일하는 만큼(혹은 2명의 개발자가 5개월, 혹은 5명의 개발자가 2개월)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칭찬도 들었다. 우리 프로젝트 PM님, 담당님의 칭찬은 그렇다 쳐도, 고객사 임원에게 칭찬을 듣다니... 이럴 날이 올까? 인간에게 "인정"이라는게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다시한 번 깨달았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참고)  여기저기 들려오는 칭찬은 그렇게 많은 야근을 해도 즐거이 버틸 수 있었던 동기가 되었다. 

 

 

4. 베트남 개발자들.

    솔직히 처음에 베트남 개발자들과 같이 일하는게 매우 힘들었다. 개발환경 셋팅에 3주가 걸리는가하면, 우리의 컨벤션에 전혀 안 맞는 개발을 하여서 내가 아예 새로 만들어주는 일도 있었다. 프로젝트 초기에 SO님과 SA님이랑 나랑 셋이 이 베트남 개발자들과 어떻게 협력을 할 것인다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제외한 두 분은 이미 베트남 개발자들에게 굉장한 거부감, 지침, 부정적인 감정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심지어는 그들에게 돈은 주고 일은 안시키는게 낫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그래도 한 번은 더 해보자는 입장이었다. 내가 리드를 할테니 그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 

    그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굳이 칭찬할 부분을 찾아 열심히 칭찬을 하고, 그들이 개발해놓은 것을 내가 건드려도 되겠냐는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는 우리 개발 컨벤션에 맞게 아예 새로 개발을 해서 피드백과 함께 주었다. 그랬더니 그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답을 해왔다. 무언가 라포가 형성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일을 하고싶지 않았던게 아니라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점이 많았다는걸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후에는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따로 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개발자 챗방에 물어보고 다같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블로커를 해결했다.

    물론 완전히 순탄하지는 않았다. 리뷰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코멘트를 달아야하는지 막막할때도 많았고, 한 개발자는 테스트도 안하고 PR을 올려서 화나게 할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과 꽤나 정이 들어서 마지막에 그들이 철수할 때 섭섭했다.

 

개발 고수였던 H***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한 V*

 

5. 쫓아가지 않는 기분

    등산을 할 때에 제일 앞서가는 사람과 제일 뒤에서 가는 사람 중 누가 더 힘든지 아는가? 뒤쳐지는 사람이 서너배는 힘들다. 똑같은 길을 가고 똑같은 페이스로 가도, 맨 뒤에서 따라가는 입장은 늘 숨차고 벅차다. 그래서 등산에서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는 내가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늘 부족하고 적응해야하고, 뒤늦게 투입되어서 업무도 잘 모르고 낯설었다. 내가 아는 것과 앞서 투입된 사람이 아는 양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뒤늦게 투입된 사람은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입이 되었고, 항공사 지식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여서 그런지 앞서가는 느낌이었다. 등산에서 앞서가는 사람은 뒷사람에게 물도 건네주고, 얼마나 왔는지도 말해주는 여유가 생긴다. 늘 도움을 받기만 하던 내 다른 플젝원들이 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아쉬웠던 점 (Problem)

1. 대충 PR을 승인했던 것.

    나도 종종 나의 수정건을 과신하여 PR을 대충 올릴 때가 있었다. 아마 다른 플젝원들도 그랬겠지. 제일 심했던건 사실 한, 두달 단기로 땜빵처럼 투입되고 철수하는 인원이었다. 금방 갈 사람이니 이 프로젝트에 정도 없고 책임감도 크지 않아서 PR을 정말 대충 올렸다. 도대체 어떻게 테스트를 하라는건지, 뭘 고쳤다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테스트 한 번 안하고 PR을 올렸다고 당당히 말하던 그... 충격) 그 때 좀 더 강력하게 제대로 올리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 용기를 내지 못한게 아쉽다. 그런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나도 PR을 올릴 때 성의있게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나중에 어떤 프로젝트에 단기로 땜빵 투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뜬 모습을 절대 드러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과 다시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싶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충 올린 PR과 (어련히 잘 했겠지.. 실력이 워낙 좋은 사람이니까..)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충 승인한 PR은 100% 버그가 생겼다. 그도 그럴게 열심히 올리고 열심히 리뷰한 PR도 버그가 있는데, 없을리가..... ㅎㅎ

 

2. 더 넓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

    아 왜이렇게 나는 인프라, AWS, 클라우드가 관심이 없을까... 인프라 하는 많은 사람들, 백엔드 개발자들이 UX UI에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 관심을 가져보자 했는데 걸음마를 뗀 정도였다. 뭐 언젠간 필요하면 하겠지 ^^;

 

 

Try는 발리에서 쓰는 걸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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